오늘은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입니다. 두 분께 특별한 선물을 드리고자 선물을 찾아보던 중에 빔프로젝트로 영화를 한편 보여 드리는 것도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영화를 보여드려야 좋아하실까 하는 것이었는데 바로 "장수 상회"였습니다.
혼자서 보고 감동실화에 눈물을 훔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가 보신다면 어떤 감정을 서로 공유할지 궁금하기도 했고 좋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선물을 해 드렸는데 너무 좋아하시는 모습에 괜스레 제 눈시울이 또 붉어졌던 것이 떠오릅니다.
1. 영화 정보
- 120만 명이 조금 안 되는 관객수로 마무리 한 강제규 감독의 작품입니다. 70세의 연애 초보 남자와 꽃집 여인의 로맨스로 시작이 됩니다. 기억의 부재로 인한 슬픔과 우울감은 인간에게 치명적입니다. 이 시대 대다수의 노인들의 숫자도 매년 증가하고 있고 치매와 같은 문제도 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 언젠가 노인의 시대가 온다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저 역시 그런 문제로 곤욕을 치를 것이 예상됩니다. 특히 치매와 같은 질환은 다른 난치성이나 불치병보다 훨씬 더 심각할 수 있습니다. 나는 물론, 사랑하는 가족과 주변에 더욱 말입니다. 이러한 바탕으로 둘의 사랑에서 가족의 사랑까지 전달해주면서 마음 한편이 무너져 내릴 듯한 슬픔과 함께 따뜻한 가족애와 인간애를 창의적 형식으로 그린 명작입니다.
2. 등장인물
- 김성칠 역의 박근형. 재개발을 추진 중인 동네에 혼자 사는 노인으로 장수마트의 직원입니다. 유일무이하게 혼자서만 재개발을 반대하며 한 사람에게 새로운 사랑이 싹트는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입니다.
- 다음으로 임금님 역의 윤여정. 성칠의 앞집에 이사 온 '들꽃'이라는 꽃집의 주인으로 로맨스의 주인공입니다.
- 그리고 김장수 역의 조진웅. 장수마트의 사장이자 동네의 재개발을 적극 추진하는 인물입니다. 반대하는 성칠의 마음을 돌리려 설득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캐릭터입니다.
- 다음으로 김민정 역의 한지민. 금님의 딸이자 성칠과 금님이 만나는 것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예쁜 외모의 소유자입니다.
- 기타 박양 역의 황우슬혜, 김아영 역의 문가영, 민성 역의 찬열, 제갈 청수 역의 배호근 등의 배우들이 합심하여 영화의 반전과 함께 완성도를 높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3. Point
- 기억을 잃어버린 성칠과 말기 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금님 부부를 조명하며 인간이 겪는 아픔과 치유 그리고 깊이에 대해 해부하는 의미가 깊은 울림을 가져다줍니다. 특히 중요 포인트는 누가 보기에도 괴롭고 고통스러운 상황을 유쾌하게 처리하는 감독의 연출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인간은 누구나 죽음 앞에 서게 되지만 죽음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가족들이 벌리는 집단 회복 프로젝트를 통해 슬픔을 가리고 웃음과 해학으로 혼합해 하나의 감동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게 해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그리고 치매 문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것은 사회문제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수용이 가능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인지 문제에 있어서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노인들은 약물로 적절히 통제하고 증상을 완화하거나 악화를 방지하며 가족과 지역사회가 협조하여 공생하는 길이 최선인 것입니다.
- 어떤 면에서 노을을 바라보면, 빛바랜 과거의 상징보다는 찬란했던 과거의 열매라고 보는 시선이 이 영화와 꼭 닮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추가로 주인공들의 노인 연기가 10대, 20대의 그 풋풋함을 그대로 재연해 냈다는 면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아련한 사랑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멋진 연기력으로 똘똘 뭉친 영화, 그래서 반전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4. 마무리
- 미소를 머금은 채 시작한 영화는 어느샌가 휴지 없이 보기 힘든 영화가 된 영화입니다. 반전 또한 기대감을 가지고 보기 충분한 영화입니다. 너무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라는 말보다는 너무 무겁지 않고 결코 가볍지 않은 영화라고 해주고 싶습니다. 혈육으로 맺어진 가족은 그 어떤 집단보다 끈끈한 끌림을 가져오는 자성이 있습니다. 부모란 무엇이며, 자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특히 김장수 사장의 고백 중에 새끼라는 것에 대해 가슴 한편에 들어앉은 돌덩이 같은 것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 수 있겠다는 말이 깊은 울림을 준 대목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랑이 쉽게 느껴지는 젊은 세대들에게 하나의 메시지를 주기도 합니다. 그 의미에 대해 어떻게 해석할지는 본인의 결정이겠지만요. 성칠과 금님, 그리고 그 주변 인물들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믿음, 배려와 이해에 관해 다시 되돌아보게 되는 자연스러운 영화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작품입니다.
- 인생에 있어서 과거를 되돌아보는 기억이 있는 사람 중에서 날카롭게 날이 서있는 과거의 기억들은 그대로 유지하지 않고 무뎌지면서 노란빛으로 바뀐 경험들을 한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바래지는 색이 아닌, 가을녁 들판에 노랗게 고개 숙이며 여물고 있는 황금빛 열매처럼 보이는 그날을 위해 우리는 스스로 생각을 바꾸고 더욱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랑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제 한줄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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